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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터 : 머물다 흐르는 [ Water : Linger and Flow ]

Thu Mar 29 12:15PM

→ 자유 장편 시
박미아2025



새, 지느러미, 물회오리, 스카프




간밤에 비는 한 번 더 내렸고,
창문을 열고 들어온 아침은 개운했다.
발랄하게 지저귀는 새들이
아침의 고요함을 뚫고서
활기를 북돋았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새소리.
빠르게 걷는 발. 지느러미.

펠릿 사료 3알. 하루 2회.
언젠간 너를 멋진 곳에 데려다줄게.

토마토 수프가 눌어붙은 냄비를 보았다.
월요일은 아쉬운 휴가의 잔해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또 다른 날의 생기 속, 주말의 장면들은 색의 물이 빠져버린다.
배수구 속으로 사라지는 물 회오리. 시계 바늘.


싱크대 창문 너머, 다시 한 번 그 여자가 뛰어나온다.
비를 맞으며 가만히 서 있던 어제의 실루엣이 겹쳐진다.
가느다란 목에 힘없이 감겨 있던 스카프는 몰래 흘러내렸다.

빈자리에 떨어진 스카프를 한참 바라보았다.

바람에 팔랑거리는 스카프는
노란색에 가까운 겨자색이었다가,
연두색이었다가,

흰색으로.
빤짝.


나도 모르게 눈을 찡긋하였다.
코끝을 싱그럽게 하는 바람. 언제부터인가.
그 찌릿한 시리움이 콧속을 가끔 파고들었다.
어쩌지도 못하고 찡그린 채 콧바람을 내어
온기를 위로 끌어올린다.
찔끔, 눈물이 맺히면
얼굴 전체로 바람을 느낀다.


(쉬이 - )
(바스락 - )


축축하면서 건조한 바닥.
푸름에서 바스라지는 갈색이 된 것들 사이에서
어디 멀리 가지 못한 그 여자의 스카프를 집어 들고,
가방 깊숙이 찔러 넣었다.









박미아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의 다감각적 느낌을, 
장편의 시(글)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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