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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터 : 머물다 흐르는 [ Water : Linger and Flow ]
Thu Mar 27 4:15PM
비, 열대어, 토마토, 그녀
이불을 걷어내고, 공기가 제법 차갑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다.
봄, 여름, 가을을 놓아주는 때. 이맘때
내리는 비는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신
(쏴 - 아 - )
조용한 백색소음처럼 퍼진다.
도로 위를 차갑게 미끄러지듯 스쳐 가는 자동차의
멀어지는 바퀴 소리, 물웅덩이를 가르는 가벼운 발소리와
편의점 비닐이 바지를 스치며 남기는 사부작거림.
하수구를 타고 동동 부딪히며 흐르는 물소리. 그렇게
소리들은 여러 겹의 잔향이 되어 퍼져 나간다.
사계절을 나누던 마디들은 이상 기후 속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지만,
겨울로 넘어가는 이 찰나는
내 모든 감각이 촉수를 세워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어둑함.
며칠째 제대로 된 해를 보지 못했다.
컵에 물을 가득 채워 발포 비타민 하나를
(툭. )
떨어뜨렸다. (꼬르륵 . )
잠긴 타블렛이 작은 기포들과 함께 숨을 내뿜고 있었다.
컵을 들고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뿌옇게 내 시야를 흐트리는 물. 열대어.
얼마 전, 집 근처에 작은 열대어 가게가 생겼다.
밤이 깊어도 그곳의 어항들은 붉고 푸른 빛을 뿜으며 비현실적으로 일렁였다.
가장 수수한 물고기 하나를 집으로 데려왔다.
펠릿 사료 3알. 하루 2회.
자주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더 넓은 곳에 데려가 풀어주기로 마음먹지만, 나는
그렇게 멀리 나서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결말이 모호한 프렌치 무비. 토마토 수프.
이런 날엔 토마토 수프를 끓인다. 축축한 기분을 일깨워 주며
세상 따뜻함으로 허기를 달래주는 최고의 음식이다.
토마토 두 개면 충분하다. 충분히 삶은 후 껍질을 벗긴다.
마늘 두 개, 양파 반 개, 딜 조금. 전부 갈아 크림과 함께 천천히 약불에 끓인다. 김이 서린 젖은 창문.
손바닥으로 유리를 닦아낸다. 물기가 손끝에 스며든다. 해가 지고 더 어두워진 밖이 저녁을 알린다.
(하 - )
입김 한 번.
(호 - ) 입김 두 번.
선명해진 창밖 풍경으로 한 여자가 비를 맞으며 한참을 서 있다.
우산은 쓰지 않고 들고 있다. 하늘도, 땅도 쳐다보고 있지 않는 그녀의 시선이 멀리서도 왠지 더 잘보인다.
블루벨벳.
박미아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의 다감각적 느낌을,
장편의 시(글)로 기록합니다.”